“이제는 공연이 관객을 찾아가야 합니다” - 김영민 감독이 말하는 '찾아가는 연극'의 새로운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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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7.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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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드라마 ‘대장금’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前,배우·現,연극 총 연출 김영민 감독
 
 
연극은 오랫동안 관객이 공연장을 찾는 예술이었다. 그러나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오늘날, 과연 모든 국민이 문화예술을 누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특히 농촌과 중소도시의 어르신들에게 연극은 여전히 낯선 문화이며, 평생 단 한 번도 공연장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극 '노(老).또 삼식이'를 통해 노년의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김영민 감독은 이제 연극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연장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나가고, 공연이 직접 국민을 찾아가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극인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복지의 길을 제안하는 김영민 감독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연극인들의 현실부터 말씀해 주신다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극배우들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물론 어느 예술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연극은 공연 자체가 많지 않고 대부분 지정된 장소에서 단발성으로 이뤄집니다. 유명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린 뒤 무대에 서게 되면 작품 자체보다 배우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이름 없는 수많은 연극인들은 무대에 설 기회조차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방송에서 활동하던 배우들 역시 작품이 끊기면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연극은 화려해 보이지만, 무대 뒤에는 치열한 삶이 존재합니다.“
 
 
 
Q. 연극을 총괄하는 감독의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입니까.
"아직도 사람들은 연극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친숙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연극을 자신의 비용을 들여 찾아와 관람하는 관객이 극소수라는 점입니다. 결국 연극은 오랫동안 마니아층에 의존해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데,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훌륭한 작품이 반드시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제는 공연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찾아가는 연극'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면 앞으로는 공연이 직접 지역을 찾아가야 합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문화관광과가 있고 문화예산이 있습니다. 그 지역만의 특색을 담은 맞춤형 공연을 기획해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것입니다.
 
요즘 현대인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그러나 정작 소외되고 있는 계층이 있습니다. 바로 고령층입니다. 농촌과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어르신들 가운데는 연극이라는 문화예술을 한 번도 접하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화면 속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현장의 문화입니다.“
 
 
 
 
Q. '노(老).또 삼식이' 역시 그런 철학이 담긴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노(老).또 삼식이'는 단순히 노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은퇴 이후의 삶과 가족, 희생과 사랑을 통해 결국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공연장이 아닌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어르신들과 만나고 싶었습니다. 무대 위 배우들의 눈빛과 호흡을 바로 앞에서 느끼는 경험은 어떤 영상 콘텐츠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극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관객의 호응에 따라 무대가 달라집니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연극만이 가진 힘입니다.“
 
 
 
 
Q.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무엇보다 담당 공무원들의 생각이 조금은 달라져야 합니다. 대부분 제안서를 제출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예산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예산의 문제 이전에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문화복지를 고민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방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연극이라고 해서 반드시 거대한 무대와 수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공연이라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주민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려는 의지입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공연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지역마다 문화와 정서는 모두 다릅니다. 어느 곳은 관광도시이고, 어느 곳은 농촌이며, 또 어느 곳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지역입니다. 그렇다면 공연 역시 지역의 특성을 담아야 합니다. 연극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속공연과 연극을 접목하거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공연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복지관과 연계한 찾아가는 공연, 지역축제와 함께하는 연극 무대, 마을회관에서 펼쳐지는 소규모 공연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합니다. 주민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문화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본 연극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연극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는 예술입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문화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드라마를 보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배우와 만나 함께 웃고 울며 공감하는 경험은 또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문화복지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행복이 바로 문화복지입니다. 연극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주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예술입니다. 저는 앞으로 이러한 문화예술이 도시뿐 아니라 농촌과 지역 곳곳으로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면 무엇입니까.
"저는 지방자치단체에 문화예술 전문관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와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전문가들을 계약직 특별채용 등을 통해 운영하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화예술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현장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결국 연극의 미래는 연출가와 배우, 그리고 지방정부 담당 부서가 얼마나 함께 고민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해결 방법이 보인다면 이제는 실행해야 할 때입니다.“
 
 
 
 
Q. 앞으로 꿈꾸는 연극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이제는 공연장을 기다리는 공연이 아니라 공연이 직접 국민을 찾아가는 시대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문화와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맞춤형 공연을 통해 모든 국민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연극은 머무르는 예술이 아니라 사람을 찾아가는 예술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연극의 미래이자 문화복지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
'노(老).또 삼식이'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가.' 그것은 노년의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이 문화예술을 찾아오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이 먼저 국민의 곁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 김영민 감독이 이야기하는 '찾아가는 연극'은 단순한 공연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문화복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또 하나의 제안이 되고 있다.
 
 
 
〔글·인터뷰=내외매일뉴스·내외매일신문  방명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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