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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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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13 20:55
 
국민의 삶은 벼랑 끝인데, 정치권은 아직도 ‘당리당략’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한 분야는 경제와 산업, 과학기술일 것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분명 놀라운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유독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정치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과연 민주주의라는 이름에 걸맞게 발전하고 있는지 다시 묻게 된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하는 1인 1표제와 당대표 선출에 선호투표제를 도입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당원의 정치적 평등을 강화하고, 특정 후보의 강성 지지층만으로 당대표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보다 폭넓은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하는 정치의 모습이다. 아무리 선진적인 선거제도를 도입해도 실제 선거 과정에서 계파와 진영의 대립, 상대방을 향한 공방과 네거티브가 반복된다면 제도만 바뀌었을 뿐 정치문화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불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은 지금 정치권에 묻고 있다. "지금 국민의 삶이 그렇게 한가한가." 전국 곳곳에서 자영업자들은 매출과 소비 위축에 힘들어하고 있고,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경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와 주거 문제 앞에서 미래를 걱정하고 있으며,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가 현실이 되고 있다. 고령층의 삶 역시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 삶은 이렇게 힘든데 정치권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가. 국민의 아우성보다 당내 권력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면 과연 그것을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할 수 있는가.
 
정당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당권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역시 자기편의 목소리만 크게 듣는 것이 아니다.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까지 듣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타협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친명과 반명 등 계파 구도가 강하게 부각되면서 국민을 향한 정책 경쟁보다 당내 진영 경쟁이 더 크게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같은 당원끼리 서로를 설득하기보다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정치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북유럽의 선진 정치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정치제도와 정당구조는 우리와 다르지만, 정치적 경쟁을 단순한 승패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거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협상과 타협을 통해 국민에게 필요한 해법을 찾는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세력이 함께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선진정치란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정치가 아니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다.
 
우리 정치에도 그런 전통은 있었다. 민주당의 전신을 이끌었던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치는 정치적 경쟁자와 다른 세력을 끌어안으며 국민통합을 추구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평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권위와 명령만으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직접 대화하고 설득하려 했다.
 
두 대통령의 정치적 방식은 달랐지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대화와 설득의 대상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바로 진영 갈등의 봉합과 포용이다. 누가 당대표가 되고 누가 최고위원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이다.
 
승자는 패자를 품어야 하고, 패자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해야 한다. 전당대회가 끝났는데도 친명과 반명이라는 진영의 언어가 계속된다면 민주당은 국민에게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당권을 위한 정당'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현재 집권여당이다. 그렇다면 야당 시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책임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잘하는 것은 뒷받침하되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지적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역할이다.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거수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당권을 위한 권력기관이 되어서도 안 된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민의 머슴'이어야 한다.
 
다가오는 23대 총선을 생각해도 당내 갈등의 봉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원한다면 핵심 지지층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과 정치에 실망한 국민, 그리고 중도층의 마음까지 얻어야 한다. 당내 진영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전당대회의 대립 구도를 총선까지 끌고 간다면 민주당의 외연 확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책임은 국민의 표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아닐 수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다. 1인 1표제가 표의 평등을 만들었다면 선호투표제는 서로 다른 선택을 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제 민주당이 보여줘야 할 것은 누가 당권을 차지했느냐가 아니라, 선거가 끝난 뒤 서로 다른 진영을 얼마나 빠르게 하나의 당으로 묶어낼 수 있느냐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은 세계를 향해 뛰고 있는데 정치만 20~30년 전의 진영 대립과 당리당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국민은 진영의 승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에게 미래를 만들어주며, 지방이 다시 살아나고, 다음 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치를 원한다.
 
결국 정치가 국민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정치가 정말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아니면 정권과 당권을 위한 정치인가’ 말이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국민이 지켜볼 것은 당대표의 이름만이 아니다. 승자가 패자를 얼마나 포용하는지, 민주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귀담아듣는지, 그리고 집권여당으로서 청와대의 거수기가 아닌 국민의 머슴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정치가 국민보다 앞서가려 하지 말고, 국민의 뒤에서 국민의 삶을 받쳐주는 것이 진정한 정치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가 진짜로 진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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